기숙사생 인터넷 사용시간 제한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숙사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총장님과 교직원분들이 제대로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숙사생 밤 10시면 어김없이 청소합니다.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학생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도
이 시간이 되면 기숙사에 들어와서 자기 방은 물론이고
복도, 화장실, 휴게실, 세탁실, 샤워실을 당번을 정해서 청소를 시작합니다.

밤 10시 30분이 되면 기숙사 문을 잠그어 버리기 때문에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불나면 문 깨고 나가야합니다.)

11시에는 복도에 줄서서 점호합니다.
점호 끝나면 전기 절약을 위해서 기숙사 내 모든 시설의 불을 꺼야 합니다.

방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심각한 징계를 각오해야 합니다.
밤 10시 반에 기숙사 문이 잠기므로
흡연 욕구는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참아야 합니다.

세상에 이런 대학교 기숙사 본 적 있습니까?
11시 이후에는 술도 담배도 못하는 대학생이 거창대학 기숙사생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착한(?) 대학생은 처음 봅니다.

이제는 인터넷 사용시간을 제한하겠다고 하네요.
기숙사생이 무슨 죄인입니까?

학교에서는 인터넷만 차단하면 학교 안 나가던 학생들이
강의도 다시 잘 들어가고 성적도 올라가고 학사경고 처리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전제. 학생들이 출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잠을 늦게 자기 때문이다.
가정. 기숙사생은 게임하느라 잠을 늦게 잔다.
결론. 기숙사생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제한하면
 학생들이 잠을 일찍 자고 강의에 잘 나오고 성적이 올라갈 것이다.

위와 같은 논리는 전제, 가정, 결론이 모두 틀렸습니다.

밤에 잠을 안 자서 학생들이 지각/결석하는게 사실이라면
여름에 더워서 기숙사 학생들이 잠 못 잘 때는 에어컨 안 놔주시고 뭐 하셨나요?

이미 인터넷이 이 세상에 없던 시절에도
대학 공부에 흥미가 없어 수업에 빠지고 학사경고를 받던 학생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을 차단한다고 해서 출석율이 올라갈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기숙사생은 비기숙사생보다 이미 성실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사경고 85명 중 기숙사생은 25명밖에 안 됩니다.
전교생이 약 1000명, 기숙사생이 400명이라고 했을 때
기숙사생의 학사경고 비율이 오히려 적습니다.

또한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학업에 방해된다는 것도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이미 게임은 음악, 미술, 기술이 융합되서 종합예술의 영역을 넘보고 있습니다.

학교가 인터넷을 차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학사 경고 받은 학생들의 잘못을 기숙사생에게 돌리고
기숙사생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기숙사생이 무슨 동네 북입니까?

저는 학교에 등록금을 납부하고 입학한 순간부터
대학으로부터 정당한 교육을 받고
학교 제반 시설물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 돈 내고 다니면서 왜 제 권리를 제가 포기해야 하나요?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제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주장의 논거가 되지 못합니다.
사용시간 제한이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 권리를 학교 마음대로 제한하겠다는 주장에 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